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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4.15 #047 시시한

#047 시시한

2007.04.15 03:15

조금만 좋아하지 그랬어요? 너무 열심히 그 시간을 살지 말지 그랬어요?
조금뿐이었다면 안 헤어질 수도 있었는데 뭔가를 많이 올려놓으니까 헤어지게
되잖아요. 그래서 바꾸기로 한건가요, 바꿔도 안시시해지는 걸 찾아서?

신발이 낡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언젠가 신발을 사야겠다는 생각을 하죠
하지만 당장은 사지 않아도 될 거라는 생각을 얼마나 자주 하게요,
신고있던 신발은?
몇 달쯤, 적어도 한달은 이 신발로 너끈히 버틸 수 있다고도 생각하잖아요,
근데 어느 날, 신발을 사요, 단순히 기분때문에 날씨때문에 혹은 시간이 남아서,
일 수도 있겠죠. 새 신발을 사고 신고나면 쇼핑백에 담겨 한쪽 손에 들린 신고 있던 신발은 얼마나 시시해요? 죽을 것 처럼 시시하죠, 시시하고, 도무지 시시한 거에요. 그러니 누군가는 돌리는
내등짝을 바라보면서 얼마나 시시했겠어요?
시시한 게 싫다고 시시하지 않은 걸 찾아 떠나는 사람 뒷모습은
상상만으로도 얼마나 시시해요?

처음에 시시하지 않을 것 같아 시작했는데 시작하고 보면 시시해요, 사랑은.
너무 많은 불안을 주고받았고, 너무 많이 충분하려했고
너무많은보상을 요구했고, 그래서 하중을 견디지 못해요.
그래서 시시해요, 사랑은
그러니 어쩌죠? 신발을 사지 말까요? 옆에 아무도 못오게 할까요?

하지만 그럴 순 없을거에요. 그러니깐 이런건 어때요?
시시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확신한 그 지점, 그 처음으로 달려가세요
그리고 당분간도 영원히도 사랑은 사랑이기 때문에 별거 아닌 채로 계속
자나깨나 시시할 거라고, 또박또박 말한 다음, 처음부터 다시

지구 반대편에 가 있다고 생각하고 세상 모든 시계를
거꾸로 돌려놓고 처음부터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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